AI는 바둑을 바꾸었지만, 바둑의 본질은 바꾸지 않았다

바둑을 보다가 한 가지 흥미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프로 기사들의 승부를 보면 그것은 마치 자연에서 맹수들이 영역을 두고 싸우는 모습과 닮아 있다. 적을 포위하고, 적의 약한 곳을 공격하고, 살아남기 위해 탈출한다. 그런데 동시에 바둑은 입문자에게는 매우 재미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돌을 잡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마치 어린 맹수들이 놀이를 통해 사냥을 배우는 모습과도 닮아 있다.

놀이이면서 동시에 생존 기술의 연습, 바둑은 그런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AlphaGo 이후 바둑은 크게 변했다. 오랫동안 정석으로 여겨지던 수들이 무너졌고 AI가 보여준 새로운 전략들은 인간의 직관을 뒤집었다. AI는 바둑의 지식을 바꾸었지만,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바둑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았다.

이 장면을 보며 자연스럽게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AI 시대에도 무엇은 바뀌고, 무엇은 바뀌지 않는가?


이 논쟁은 처음이 아니다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항상 비슷한 논쟁을 해왔다.

산업혁명 시기에는 기계가 인간의 일을 빼앗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러다이트 운동은 그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반복되었다.

  • 프로세스가 중요한가
  • 사람이 중요한가

결국 역사는 극단을 선택하지 않았다. 좋은 시스템은 항상 사람, 구조, 도구 사이의 균형 속에서 작동했다. 지금의 AI vs 인간 논쟁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AI가 확장하는 것, 인간에게 남는 것

AI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 빠르게 탐색하고
  • 패턴을 발견하고
  • 답을 생성한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질문이 있다.

  • 무엇이 중요한가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최근 AI 기술은 단순한 정보 생성 수준을 넘어, 실제 세계에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은 AI의 능력보다 AI의 사용 방식과 한계를 먼저 정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Anthropic은 고위험 영역에서 Human-in-the-loop, 즉 인간이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이 원칙은 단순한 기술적 제약이 아니다. AI 시대에 책임이 어디에 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선언이다.

이 논의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AI는 판단을 수행할 수 있지만, 책임을 질 수는 없다

 

그래서 인간의 역할은 점점 더 선명해진다.

  • 질문을 던지고
  • 구조를 설계하며
  • 결과를 책임진다

결국 인간은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

이 모든 활동을 하나로 묶는 개념이 있다.

Meaning-Making

인간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 무엇이 중요한지 선택하고
  • 어떤 방향을 받아들이고
  • 그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이다

AI는 가능성을 확장한다. 그러나 그 가능성 속에서 의미를 선택하는 일은 인간에게 남는다.


그래서 AI 시대는 이런 시대일지도 모른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이 하는 일은 더 분명해진다. 우리는 계산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만드는 존재다. 어쩌면 이 시대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AI의 발전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를 기계에게 맡기고 어디까지를 인간이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경계 설정의 문제다

그리고 결국

AI 시대는 인간이 ‘의미를 만드는 존재’라는 사실이 더 분명해지는 시대이다

최근 회사로부터 AI 토큰 사용량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2월부터 비용 모니터링이 강화된 모양인데, 내 사용량이 사용자 월평균의 약 4배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과거 다른 도구를 사용할 때도 누군가에게 내가 사용량 순위권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니,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내 습관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 비용 관리를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득 의문이 든다. 과연 AI 사용량을 물리적으로 잠가 두는 것이 최선일까?

1. 토큰 사용량은 '성과'의 비례 지표다

토큰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AI와 치열하게 대화하며 문제를 풀고 있다는 증거다. 요즘 회자되는 '10x, 100x 개발자'는 단순히 타이핑이 빠른 사람이 아니다. 예전 같으면 복잡한 라이브러리를 학습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며 정체되었을 시간을 AI를 통해 돌파하는 사람들이다.

어렵고 복잡한 설계를 빠른 시간 내에 시뮬레이션하고, 개발자가 아닌 기획자나 운영자도 자신에게 필요한 도구를 척척 만들어내는 모습은 이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즉, 많이 쓰는 만큼 더 빠르고 바쁘게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 바둑이 보여준 AI 리터러시의 격차

AI 도입 이후, 이를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단순한 실력 차이를 넘어 '종의 분화'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바둑의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AI를 훈련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의 간극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인재를 키우고 조직의 성장을 고민하는 입장이라면, 오히려 AI 활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 토큰 제한은 당장의 지출을 줄여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성원들이 'AI 협업 지능'을 단련할 기회를 박탈하는 제약이 될 수 있다.

3. 기술의 역사는 '비용 하락'의 역사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기술을 사용하는 비용은 반드시 낮아진다. 하드디스크 용량 당 가격, 무선 데이터 통신 비용의 변화를 돌이켜보라. AI 토큰 비용 역시 조만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래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이 과도기적 시점에 개인의 활동량을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것이 조직 전체의 미래 경쟁력보다 중요한 가치인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나가며: 나는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

회사의 제약 속에서도 나는 나만의 방식을 찾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Claude Code MAX를 다시 결제해 사용하기 시작했고, 회사 시스템 안에서도 제약에 적응하며 최대한 효율을 뽑아낼 방법을 찾을 것이다. 지금 나는 내가 믿는 미래의 확률에 내가 가진 리소스를 투자하기로 한 셈이다.

작년 한 해의 변화 속도로 볼 때, 올해 상반기만 지나도 흥미로운 변화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 변화의 양과 속도가 무지막지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때, 우리가 어디에 서 있을지 궁금해지는 시간이다.

최근 EBS에서 방영된 신진서 9단의 다큐멘터리[1]를 보며 전율을 느꼈습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압도한 첫 번째 영역인 '바둑'에서 일어난 변화들이, 현재 제가 고민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와 개발 환경의 미래를 그대로 예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 바둑계가 던진 4가지 묵직한 시사점

AI가 일상이 된 바둑계의 모습은 우리에게 네 가지 핵심 질문을 던집니다.

  • 상향 평준화가 아닌 격차의 심화: 도구가 평등해졌다고 실력이 평등해지지는 않습니다. AI를 깊이 이해하고 레버리지로 삼는 상위 1%는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앞서 나갑니다.
  • 기풍(개성)과 정답 사이의 갈등: 정답지(AI 추천 수)가 명확해질수록 인간 고유의 스타일은 희미해집니다. 효율성 앞에서 '인간적인 선택'의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숙제가 되었습니다.
  • 스승의 역할 변화: 이제 지식 전수자로서의 스승은 힘을 잃었습니다. AI라는 정답지를 어떻게 해석하고 삶에 적용할지 가이드하는 '코치'의 시대가 왔습니다.
  • 신뢰와 증명의 문제: AI 일치율로 치팅을 잡아내는 풍경은, 앞으로 우리가 만든 결과물이 '인간의 의도'인지 '기계의 생성물'인지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임을 보여줍니다.

2. 바둑판과 코드: 놀랍도록 닮은 상황

바둑은 모두 '무한한 경우의 수'를 다루는 전문 영역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도 많은 전문성을 요구 하는 바둑과 비슷한 분야입니다. 요즘 사용자가 소프트웨어 개발이 Agentic Coding툴에게 "그냥 알아서 진행해 줘" 라고 말해도 원하는 기능이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알파고 이전의 한국, 중국, 일본에서만 인기 있었다고 하면 도리어 알파고 이 후에는 인기가 사그러지지 않고 세계적으로 관심이 많아 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디오에서 조훈현 9단의 말 처럼 바둑을 예전에는 기사마다 다른 기풍이 있는 '인생의 철학이 담긴 예술'로 보았던 것이, AI가 모든 수에 승률(%)을 매기면서, 이제 바둑은 철저히 '승률 최적화 스포츠' 가 되었습니다.

많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곳들이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 날 것이라 보이고 기존과 다른 가치관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 보여 집니다. 최근에 회계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합격하는 신규 합격자는 여전히 많지만,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인턴 기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었다고 하더군요. 이는 바둑계에서 '기원'이라는 오프라인 학습 공간이 사라지고, 주니어 기사들이 사범님에게 직접 배우는 '도제식 교육'이 붕괴된 상황과도 일치합니다.

3. Architect와 Coach의 관점에서 본 대응 전략

우리는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사용자를 넘어, 시스템을 설계하는 아키텍트이자 성장을 돕는 코치로서 다음 두 지점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 Architect: AI가 만든 구조를 통제하는 '가드레일'

바둑을 두는 AI는 어떻게 하면 승률을 높이는지 보여 주지만, 설명은 하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도와주는 AI도 'How(구현)'는 잘하지만 'Why(맥락)'는 모릅니다. 기존의 Prompt Engineering에서 Context Engineering이 강조되는 이유도 이 부분일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AI가 뱉어내는 파편화된 코드들이 Living PRD(살아있는 요구사항 정의서)Generative Sequence(생성적 시퀀스) 와 같은 우리가 가진 원칙을 벗어나지 않도록 '의도의 가드레일'을 설계해야 합니다.

■ Coach: 학습 피드백 루프를 통한 '동반 성장'

가장 중요한 것은 AI가 만든 결과물을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피드백 루프' 로 만드는 것입니다.

  • 복기(Retrospective)의 자동화: 신진서 9단이 대국 후 AI와 복기하며 자신의 오판을 바로잡듯, 개발 환경에서도 AI가 제안한 코드의 아키텍처 결정 이유(Decision Log)를 사람이 검토하고 피드백하는 프로세스가 필수적입니다.
  • 지능적 파트너십: 사용자가 "진행해 줘"라고 할 때, 시스템이 "이 부분은 기존 설계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향을 선택하시겠습니까?"라고 질문하게 함으로써 사용자의 판단력을 계속 자극하고 성장시켜야 합니다.

마치며: 개발 공장의 진정한 가치

제가 구축 중인 'AI Software Development Factory(Beads + Gastown 기반)'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닙니다.

사용자의 모호한 의도를 고품질의 아키텍처로 정제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 개발자가 AI를 스승 삼아 더 높은 차원의 아키텍트로 성장하는 '공존의 훈련장' 을 만드는 것입니다. 신진서 9단이 AI를 '동행자'라 부르듯, 우리도 AI를 통해 더 나은 아키텍처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고링크

[1] https://www.youtube.com/watch?v=UU8OjKQohVY&t=1593shttps://www.youtube.com/watch?v=UU8OjKQohVY&t=1593s

 

 

 

3개월 전, AI로 내 문제 풀기라는 이름으로 AI라는 도구를 손에 쥔 비개발자 세 분과 함께 'AI로 직접 도구 만들기' 학습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전 포스팅: AI로 내 문제 풀기-비개발자와 개발자가 함께 문제를 탐구한 실험)

당시에는 "과연 코딩을 모르는 분들이 AI의 도움만으로 실질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라는 기대반 걱정반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분들로부터 도착한 메시지들은 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단순히 '배웠다'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업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Product'를 만들어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메신저를 통해 공유된 세 분의 놀라운 근황을 정리해 봅니다.

1. 반적적인 업무를 자동화로 끊어내다: 이기림 님의 피그마 플러그인

PM 혹은 디자이너에게 가장 번거로운 작업 중 하나는 디자인 시안 속의 텍스트를 추출하고, 이를 다국어로 치환하며, 개발 환경에 맞는 'String Key'를 정의하는 일입니다.

기림 님은 AI를 활용해 이 과정을 한 번에 해결하는 피그마(Figma) 플러그인을 직접 만드셨습니다.

  • 주요 기능: 텍스트 추출 → 15개국 언어 번역 → String Key 제안
  • 의미: "도구가 없어서 불편해"라고 말하는 대신, "불편하니까 내가 도구를 만든다"는 메이커(Maker)의 마인드셋을 완벽히 보여주셨습니다.

2. 나만의 최적화된 개발 환경을 구축하다: 고경만 님의 CLI 연동 도구

경만 님은 이제 단순한 사용자를 넘어 '파워 유저'의 단계로 진입하셨습니다. 최근 핫한 에디터인 Zed를 중심으로 자신의 작업 환경을 재편하시면서, AI 코딩 도구인 Codex CLI와 에디터를 긴밀하게 이어주는 브릿지 도구를 직접 개발하셨습니다.

  • 주요 기능: Zed 에디터와 Codex CLI의 유기적 연동 및 자동화
  • 의미: 비개발자가 GitHub에 자신의 레포지토리를 만들고 코드를 관리하며, 본인만의 커스텀 워크플로우를 설계했다는 점이 정말 놀랍습니다. (GitHub: xsfire-camp)

3.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로 실체화하다: 김기은 님의 'GIZI Studio'

가장 확장성 있는 성과를 보여주신 기은 님은 아예 도메인을 사고 서비스를 런칭하셨습니다. 영상 제작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협업'을 쉽고 빠르게 하는 플랫폼입니다.

  • 주요 기능: 유튜브 영상 및 SRT 자막 기반 피드백 수집 워크스페이스
  • 의미: 단순히 코드를 짠 것이 아니라, 실제 타겟 사용자인 '영상인'들과 모임을 가지며 제품을 고도화하고 계십니다. AI를 통해 아이디어에서 런칭까지의 리드타임(Lead Time)을 극단적으로 줄인 사례입니다. (GIZI Studio Feedback)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번 사례들을 보며 저는 확신했습니다. 이제 개발 역량은 '지식의 영역'에서 '의지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1. 도메인 지식의 승리: 세 분 모두 본인의 전문 분야(디자인, 영상, 기획)에서 가장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셨습니다. AI는 그 가려운 곳을 긁어줄 '손'이 되어주었을 뿐입니다.
  2. AI는 지렛대다: 코딩 문법을 외우는 시간 대신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집중할 때, AI는 그 실행력을 수십 배 증폭시켜 줍니다.
  3. 꾸준함의 힘: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프로젝트를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가장 큰 감동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복잡계 3인방이 드렸던 작은 가이드가 이렇게 멋진 열매를 맺어 정말 뿌듯합니다. 앞으로 이분들이 써 내려갈 'AI 기반의 문제 해결기'가 더욱 기대됩니다.

 

1. 결핍의 심리학: "Scarcity"라는 렌즈

행동경제학자 센딜 멀레이너선(Sendhil Mullainathan)과 심리학자 엘다 샤피르(Eldar Shafir)의 공저 "왜 부족할 수록 마음은 더 끌리는가" (Scarcity)는 우리가 “부족한 상태에 놓일 때” 사고와 행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정밀하게 탐구한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경제학 서적이 아니다.

결핍은 물리적인 상태가 아니라 인지적 왜곡을 일으키는 강력한 심리적 상태이며, 이 왜곡은 일관되게 재현 가능한 패턴을 갖는다.

시간, 돈, 관심, 사회적 연결 중 하나라도 결핍되면 우리의 행동은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왜곡된다. 이 책의 중심 질문은 이것이다:

"왜 부족할수록 우리는 더 집중하지만, 더 나쁜 선택을 하게 되는가?"

 

 

2. Bandwidth란?

Scarcity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대역폭(Bandwidth)’이다. 이 개념은 기술적 용어에서 빌려왔지만, 인간의 인지 시스템에 맞게 재해석된다.

대역폭이란?

  • 주의력 (Attention)
  • 작업 기억 (Working Memory)
  • 자기 통제력 (Self-control)

이 세 가지는 우리가 일상에서 ‘잘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지 자원이며, 총량이 한정돼 있다. 마치 하루치 배터리처럼, 여러 과업이 몰릴수록 빠르게 고갈된다.

그리고 결핍 상태에 빠지면 이 대역폭이 특정 문제(예: 당장의 돈 문제)에 ‘과하게 집중’되면서 다른 모든 것이 희생된다.

 

3. 터널 시야(Tunneling): 결핍이 만드는 좁은 집중

결핍은 인간의 인지 시스템에 터널 시야(tunneling) 를 유발한다. 즉, 다른 모든 걸 배제하고 오직 하나에만 초집중하게 만든다.

이 현상은 이중적이다:

  • 단점: 단기적, 충동적인 선택을 유도한다. 예: 고금리 대출, 건강 무시, 미래 준비 미루기
  • 장점: 집중을 만들어낸다. 예: 극한의 마감 상황에서의 생산성 폭발

이 딜레마는 결국 ‘결핍이 인지 자원의 배분 방식’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리소스 스케줄링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4. 대역폭을 지키는 방법

책에서는 결핍의 인지적 영향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요지는 ‘여유 공간(Slack)’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주요 전략:

  1. 슬랙(Slack): 여유 자원 확보 (시간, 돈, 감정적 여유)
  2. 자동화: 반복 결정 제거 (예: 자동 저축, 루틴화)
  3. 인지적 설계: 환경 조정으로 잘못된 선택 줄이기 (예: 유혹 피하기, 선택지 단순화)
  4. 리마인더 & 점검 루틴: 현재 상황에서 빠져나와 메타인지 유지

그러나 여기에서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이러한 대역폭의 회복과 유지에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5. AI 시대에 대역폭을 바라보는 관점

우리는 지금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ChatGPT, Claude, Gemini 같은 도구들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서 인지적 보조자(Cognitive Assistant) 로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AI는 결핍 상태에서 인간의 대역폭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증폭기 (Amplifier)

  • 정보 요약, 대안 탐색, 일정 정리 등에서 주의력과 작업 기억을 보완
  • 집중할 주제를 좁혀주거나, 반대로 시야를 넓혀주는 가이드 역할

지킴이 (Guardian)

  • 결정을 덜 하도록 도와주고,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
  • 예: 자동화된 리마인더, ‘이건 지금 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조언

동반자 (Dialogic Partner)

  • 감정적/인지적 메타인지를 일깨워주는 대화형 파트너
  • “왜 이 선택을 하려고 하시나요?” 같은 질문으로 터널 시야에서 탈출 가능

 

6. 결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보다, 어떤 대역폭 상태에서 하느냐가 중요하다

"왜 부족할 수록 마음은 더 끌리는가"는 결핍 상태에 놓인 인간이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인지적 오류를 범하는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오류가 개인의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리소스(대역폭)의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팀, 조직, 사회 전체에 적용된다. 팀의 협업 실패, 개인의 번아웃, 정책 실패의 이면에는 항상 '터널 시야'에 갇힌 결정 구조가 있다.

이제 우리는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두 가지 질문이 중요해진다:

  • AI는 인간의 인지적 웰빙을 위한 설계 도구가 될 수 있을까?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 결핍 상태에서 인지적 여유와 선택 가능성을 회복시켜줄 수 있을까?
  • 우리는 ‘대역폭 중심 UX’를 설계하고 있는가?
    사용자에게 기능을 더 많이 주는 것보다, 무엇을 ‘덜 하게 만들 것인가’를 중심에 둘 수 있을까?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은 질문으로 남기고 싶다.

"AI는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하게 해줄까? 아니면 덜 잘못되게 도와줄까?"

 

그 사이 어딘가에 진정한 대역폭의 회복이 있을지도 모른다.

Garden of Practice(GoP), "작은 회사들이 함께 만드는 주니어 개발자 실천 공동체"

 

13일 모임은 GoP 모임을 연 정수님의 모임 설계의 묘를 본 듯 한 느낌이었다.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 모임으로 조금 더 Dyanmic이 늘어 나는 모습을 본 듯.

 

첫 세션에서는 주니어 분들의 지금의 고민 이야기를 들어서 좋았다. "AI가 다해 주는 세상", 나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드릴 수 있는 부분이어서 좋았다. 조금 바꾸어 "내가 해보고 싶은 걸 시도해 볼 수 있는 세상" 그리고 그걸 내껄로 만들기 위해서 "글을 써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말로 이야기 해보기"를 이야기 드렸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요즘 만들어 본것. 관심 있는 것"을 가지고 이야기 나눴다. 여러가지를 만들고 계셨다. 나에게는 "사용자와 어떻게 만남을 가지는가?" 에 대한 이야기로 들렸다. "Trend를 쫓는 방법" 아니 "Trend가 지나갈 길에 서 있을 방법"도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사용자를 만나며 맞춰가 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여러 실힘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만들어 보는 것이 메타제품이 되고 변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시도할 것이 X2 아니 X3이 되고 제곱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에게도 새로운 이야기가 많았다. 도착하자 들었던 Serena MCP 이야기, Oracle 클라우드 이야기, 라즈베리 클러스터 이야기. 사람들과의 소통은 '개안'이라 부를 만큼 보지 못한 곳을 보는, 즉 눈을 열어 주는 묘미가 있다. 그럴려면 내가 또 열심히 파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공명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어 이거 해봐야겠다', '아 내가 하는 것이 맞았네', '다르게 해볼 게 있구나', '이런 이야기 해드려야겠구나'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Garden. 나는 애자일에서 많이 사용하는 비유를 좋아한다. 특히, 정원의 비유는 나도 정말 좋아하는 비유이다. 다양한 식물들이 있고 서로 영향을 주며 어우러지는 정원. 최근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업"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예능에서 사용하는 컴피티션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흥미꺼리이겠지만, 정작 저기 나오는 쉐프들에게는 커뮤니티인 것 같아 GoP가 그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끼리 예능을 찍을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제품에만 갇혀 있지 않고 세상에 나와서 이야기 나눈다는 건 우리 개개인의 성장에도 아주 중요한 부분 같다.

1. 불확실성 앞에서 멈칫거리는 순간들

물건을 팔기 위해서 모르는 사무실 문 앞에서 망설이는 순간과 새로운 제품 사업화를 앞두고 주저하는 순간은 닮아 있다.

“들어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한 발자국 내디디는 그 작은 용기가 결국 모든 것을 바꾼다.

2. 첫 번째 불확실성: 맨땅 영업의 떨림

2010년에 이미 사라진 삼성의 신입사원 교육의 여러 관문 중 하나는 ‘맨땅 영업’이었다. 카메라, 손목시계, 전화기 같은 물건을 들고 대구 시내를 돌아다니며 직접 판매해야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던 순간, 심장은 두근거렸고, 여러 번의 거절의 경험은 자신감을 갉아먹었다. 하지만 결국 용기를 내어 다시 문을 열고 설명을 이어갔다. 놀랍게도 어떤 사장님은 카메라를 어떤 사무직 직원 분은 시계를 사주셨다.

이 경험은 단순한 판매 실습이 아니었다.
“두려움을 이기고 시도해야 결과를 안다”는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3. 두 번째 불확실성: 대기업 내 제품 개발

대기업에 있어도 위에서 지시하는 일만 있지 않고, 우리가 아이디어를 내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검증되지 않았고, 우리가 해야 하는 당위성이나, 시장성도 불분명했다. 마치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듯, 기반조차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했다.

쉽지 않았지만, 동료들과의 집요한 실행과 여러 번의 Pitching 끝에 상품화 가능성이 열렸다. 이 순간은 신입사원 시절 “물건을 판다”는 경험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대기업 안에서도 스타트업적 사고와 실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일이 한 번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4. 세 번째 불확실성: 글로벌 프로젝트의 진화

이 건도 우리가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프로젝트였고, 계속 준비하고 여러 번 Pitching도 했었다. 이 후, 폴란드와 인도로 출장을 다니며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속한 조직을 떠나 다른 팀에서 계속 성장했고, 다시 가까운 조직으로 되돌아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과정을 보며 깨달았다.
“좋은 제품은 만든 사람을 떠나도 독립적으로 살아남고 진화한다.”

마치며

이제 새로운 씨앗 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한다. 아직은 작은 단계지만, 그 불확실성이 오히려 기대를 키운다. 대기업 안에서도 기업가정신은 살아 숨 쉰다. 불확실성을 마주하고도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혁신은 시작된다.

2025년 Stack Overflow의 Survey[1] 에서 개발자들은 AI에 허점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거의 맞는(almost right)” 코드가 많아 검증·디버깅 부담이 늘어 나고, 코드 품질, 보안, 유지보수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한다. 즉, “속도는 빨라졌지만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체감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Agentic Coding의 발전 속도는 무섭게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2026년 1월에 완성도가 더 좋아지면, 개발자들의 이러한 반응이 바뀔까? AI의 완성도가 95%에서 99%가 된다고 해서 이러한 불확실성은 줄지 않을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통과 의례 혹은 전이의 단계를 거부 → 분노 → 협상 → 수용 → 통합으로 설명한다. AI의 결과물이 완벽하지 않다는 분명한 사실도 있지만, 불편한 감정도 공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의 이러한 빠른 변화에 대해 거부하거나 분노하는 개발자들이 아직 많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작은 불편한 감정이 아니라, 나의 경쟁자라는 생각까지도 숨어 있는 것 같다. 

코드의 전문가인 개발자는 코드가 “왜 그렇게 동작하는가”를 아는 것이 자기 정체성의 일부이다. 그런데 AI가 만든 코드는 결과만 맞아 보일 뿐, 그 내부 논리가 납득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순간, 통제감이 줄고 ‘이건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라는 거리감이 생긴다. 또한, AI는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내가 늘 고민하던 코드 설계나 함수 구조를 ‘결정’해서 제공하기 때문에 경쟁자처럼 느껴지기 까지한다. 이건 단순히 직업 위협이 아니라, 존재적 위협에 가깝다.  

하지만 역사의 관점에서 조금만 돌아보면, 우리는 지금과 비슷한 이런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Stack Oveflow가 등장했을 때에도 우리는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초기에는 코드 복붙하는 것이 진짜 개발자가 아니라는 의견이 강했지만, 지금은 필수 역량이 되어 버렸다. 또한 앞에서 이야기 한 심리적 단계를 본다면 점차 수용과 통합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즉, 불편한 감정은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단계로 새로운 도구에 등장에 따른 인간의 역할이 재정의되는 지점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러한 도구와 나를 통합하는 단계 앞에 서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솔로프리너, 프러덕트 엔지니어라는 새로운 트렌드 용어를 쫓지 않아도, Claude Code, Cursor, GitHub Copilot을 사용하는 글로벌 개발자의 사례를 찾지 않아도 된다. 옆을 돌아 보면, 이미 여러 분의 동료가 이러한 것들을 이미 실천을 하고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반복적인 작업의 자동화, 새로운 분야의 학습 뿐 아니라, 기본적인 코드 생성은 AI에 맡기고 코드 리뷰, 아키텍처와 같은 난이도 높은 작업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러한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 부분을 인정하고 AI를 좋은 도구로 활용하는 시도가 우리에게는 유리할 것이다.
 
참고 문헌
[1] “Stack Overflow: What Leaders Need to Know” https://stackoverflow.blog/2025/10/23/what-leaders-need-to-know-from-the-2025-stack-overflow-developer-survey/

"아이, 로봇"과 애플 TV 시리즈로 제작된 "파운데이션"은 모두 아이작 아시모프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대학 시절, 한동안 깊이 빠져 읽었던 책들 중 하나가 바로 이 "파운데이션" 시리즈였다. 과학과 인간, 문명과 쇠퇴를 거대한 은하 제국이라는 무대 위에 펼쳐놓은 이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우리 현실을 성찰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선명히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이 있다. 제국이 점차 쇠퇴하면서, 기술자들이 원자력 장치를 작동시키지만 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마치 종교 의식을 수행하듯 매뉴얼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다. 과학자는 과학자가 아니라, 마치 성직자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 장면을 떠올린 건, 요즘 AI를 활용한 바이브 코딩이 익숙해지면서부터다. 나를 포함한 많은 개발자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ChatGPT나 Cursor와 같은 도구에 문제를 설명하고, 그 결과를 받아 코드를 작성한다. 원하는 기능은 몇 줄의 프롬프트로 완성되고, 수많은 테스트 코드도 자동으로 생성된다. 편리하고 빠르며, 생산성도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문득 불안감이 스쳤다. 나는 지금 작성된 이 코드가 정확히 어떤 흐름으로 작동하는지, 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원을 할당하고, 예외 처리를 하는지를 정말 이해하고 있는 걸까? 혹시 나는,  "파운데이션" 속 기술자들처럼 단지 결과만 믿고, 원리에 대한 질문을 멈춘 상태가 된 것은 아닐까?

"파운데이션"의 세계에서는 과학이 쇠퇴하면서 기술은 여전히 작동하지만, 그것을 만들고 이해하던 사람들은 사라진다. 고도로 복잡한 장비는 유지되고 있지만, 이제 그것을 설명하는 언어는 종교적 신념으로 대체된다. 기술은 더 이상 논리와 실험의 결과가 아니라, 성스러운 도구가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다루는 자들을 성직자처럼 대하며, 기계 작동의 성공을 기적으로 받아들인다.

이 상황은 AI가 만들어낸 코드에 아무 의심 없이 의존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Claude가 이렇게 짰으니 맞겠지”, “Gemini가 추천한 코드니 괜찮을 거야”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금, 우리는 점점 AI가 제공하는 결과를 ‘경전’처럼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에러가 발생하면 코드를 분석하기보다 다시 AI에 묻고, 로직이 복잡하면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새로운 프롬프트를 입력한다.

물론 AI는 강력한 도구다. 코드의 반복적인 패턴을 감지하고, 표준화된 형식을 적용하며,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완성하게 도와준다. 그러나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다. 도구의 도움을 받되, 그 결과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기술적 통찰을 잃어서는 안 된다. AI가 제안한 코드일수록 우리는 더 주의 깊게 그 내용을 살펴야 하고, “왜 이렇게 동작하는가?”라는 질문을 놓아선 안 된다.

"파운데이션"의 주인공 해리 셀던은 이러한 쇠퇴를 예측하고, 인간 문명의 지식과 과학의 씨앗을 남기기 위해 "파운데이션"을 만든다. 그는 미래의 암흑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며, 이해하려는 소수의 존재가 문명을 재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우리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기술은 점점 복잡해지고, AI는 점점 더 강력해지지만, 이해하려는 인간의 태도만이 그 모든 것을 의미 있게 만든다.

AI가 코드를 짜는 시대, 우리는 다시 묻고 배워야 한다. 자동 생성된 코드라도 반드시 디버깅하고, 그 로직의 배경과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보안적인 취약점은 없는지, 성능 상의 병목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프롬프트를 잘 쓰는 능력뿐만 아니라, 결과를 책임지는 눈과 손을 갖는 것이다.

기술은 퇴화하지 않는다. 퇴화하는 것은 그 기술을 다루는 우리의 사고력과 태도다.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개발 문화는, 미래에 문명을 다시 세우는 기반이 될 수도 있고, 이해 없는 기계 운용자들만 남는 신전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AI의 성직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과학의 계승자가 될 것인가.

그 선택은 지금, 당신의 키보드 앞에서 시작된다.

관리자, Architect, TPM으로 일하던 나는 오랜 시간 시스템을 설계하고, 사람을 연결하며,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Claude Code, Cursor, Cline, Codex 같은 Agentic Tool들을 만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다시 프로그래밍을 하게 되었고, 단순한 코드 작성 이상으로 여러 컴퓨팅 작업의 자동화를 손에 넣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Personal Computer가 또 한 번 바뀌고 있다. Apple II나 IBM PC의 Command Line, Mac/Windows의 GUI, 스마트폰의 Mobile Computing을 지나, 이제 우리는 LLM을 중심으로 한 AI Computing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운영체제(OS)는 오랫동안 하드웨어 자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이었다. 리눅스는 CPU와 메모리를, 안드로이드는 그 위에서 앱 생태계를 운영했다. 하지만 지금 등장하는 AI OS — 혹은 LLM OS — 는 더 이상 컴퓨터를 운용하는 체계가 아니다. 이제 OS는 인간의 언어(Language), 지식(Knowledge), 의도(Intent), 그리고 맥락(Context) 을 운용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운영의 단위가 프로세스에서 의도로, 메모리에서 맥락으로 이동하고 있다. LLM은 새로운 커널로서 맥락을 관리하고, 의도를 실행 가능한 행동으로 번역한다.

 

오늘날의 Claude Code, ChatGPT Workspace, Cursor AI 같은 도구들은 단순한 개발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OS의 쉘(Shell) 역할을 한다. 과거 CLI가 텍스트 명령어를 해석했다면, 이제 에이전트는 자연어를 통해 파일을 조작하고 코드를 생성하며 웹과 API를 오가며 작업한다. 앱은 독립적인 실행 파일이 아니라 Agent가 호출하는 Intent Handler로 재편된다. XR 기기와 스마트글래스는 시각적 맥락을 AI와 연결하며, AI OS는 이미 우리의 일상 안으로 들어왔다. 이 변화는 미래의 예고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재다. 운영체제의 중심은 이제 ‘컴퓨터의 운용’에서 ‘의미의 운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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