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2학년이었던 것 같다. 전자회로, Field Theory 였던가? 어떤 과목인지가 중요한 건 아니다. 내 동기들, 특히 같이 뭉쳐다니던 친한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그 엄창난 양의 숙제, 과제, 시험을 지나왔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 개강을 하면 4개월. 중간고사, 기말 고사 뿐 아니라 매달 시험이었다. 가뜩이나 고등학교 때 사지선다에 익숙해 있다가 커다란 갱지에 답을 채워 제출하는 주관식 문제들은 지금 생각해도 아득하다. 뿐만인가? 매시간 퀴즈에 숙제는 왜 이리 많은지. 다시 한번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가끔은 나도 내 숙제 혹은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구한 가뭄에 단비 같았던 'Solution' 책자를 같이 공유하곤 했다. 그럼에도 서슬퍼런 조교들의 'Copy' 평가는 무서웠다. 점수만 0점 처리가 아니고, 불려가 눈도장을 찍어야 했던 상황도 불편했다. 내가 조교를 할 때에도 이 부분은 눈에 불을 켜고 찾았던 기억도 있다.

 

컴퓨터가 거의 없던 시절의 쓰기 어려웠던 레포트가 워드프로세서가 도입되면서 이를 공유하는 것이 조금은 달라졌던 것 같다. 여전히 'Copy'를 면하기 위한 여러 노력도 기억이 난다. 이는 'Copy'를 넘는 조금은 더 나아간 부분이었다. 이 부분이 Academic Writing과 연결되는 것 같다. 아일랜드에서 박사 과정을 하면서 과정 중 영어 교육이 있어 반가워 감사하게 신청했었다. 기대와 다르면서, 신기하기도 했던 주제가 Pragarism(표절)이었다. 이는 과정 중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 하기도 하고 강조하기도 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마치 'Copy'를 하면 안된다는 정신교육 같은 느낌이었다. 내 Supervisor의 연구지도는 다독이었다고 회상이 된다. 초기에 여러 논문을 추천하기도 하였고, 읽은 후에 '나의 문장'으로 요약하는 훈련을 지속해서 시켰었는데 이 부분도 Research 혹은 글쓰기와 연결되는 부분이었다.

 

AI 시대의 글씨기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Acamedic Writing을 떠나, SNS에에 올리는 글도 AI를 이용해서 생성한 내용들이 넘처 난다. 여러 질문들이 떠오른다. 한두줄의 Prompt로 나온 내용이 내가 쓴 글인가 아닌가? 처음부터 내가 한줄 한줄 모두 써내려 가면, 이 글은 표절이 아닌 온전한 내 글인가 아닌가? 친구의 숙제를 빌려서 내가 바꿔 낸 것은 내가 한 숙제인가 아닌가? 다른 저자의 글을 읽고 '나의 문장'으로 바꿔 쓴 것은 내글이 인가 아닌가? 이런 것들이 '테세우스의 배'의 역설처럼 들린다. 앞의 질문의 정오를 판단하기 앞서 어느 것이든 '나의 글'이라고 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AI로 쓰건 아니건 최소한은 '내'가 있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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