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최근 Chat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 도구들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학습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AI가 대신 글을 써주면,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표현할 기회를 잃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일예로, LLM 분야의 대가인 제프리 힌튼은, 앞으로는 많은 지식 노동이 대체될 수 있으며 배관공(Plumber)과 같은 수작업 직업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우려가, 마치 자동차와 비행기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걷지 않아 건강을 해칠 것”이라고 걱정하던 상황과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걷고, 달리고, 운동하며 몸을 단련해왔다. 중요한 것은 도구의 유무가 아니라,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이다.
나의 활용 방식
AI를 활용하는 방식에는 여러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그 중 두 가지 대표적인 활용 방식이 자주 떠오른다. 하나는 아이언맨과 자비스, 다른 하나는 프로도와 간달프 의 관계이다.
아이언맨은 자신이 잘 아는 기술과 전투의 세계에서 자비스의 도움을 받아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자비스는 아이언맨을 대신해 사고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적인 작업을 덜어주고, 그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실현 가능성과 속도를 높여준다. 이 과정 속에서도 아이언맨은 계속해서 학습하고 성장한다. AI는 내 사고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역량을 증폭하는 파트너다. 이와 관련해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도 최근 LLM은 ‘증폭기(amplifier)’와 같은 존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반면, 프로도의 여정은 더 탐험에 가깝다. 그는 낯선 세계로 떠나며, 어떤 위험과 교훈이 기다리는지 알지 못한다. 이때 간달프는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조언을 건네며 프로도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도메인에서 AI의 도움을 받으며 시행착오를 겪고 배워가는 모습과 닮아 있다.
개발 영역에서는 이러한 두 가지 접근이 “Vibe Coding”이라는 흐름 속에 잘 드러난다. 익숙한 도메인에서는 LLM과 협업하여 더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반복 실험과 피드백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는다. 낯선 기술을 다룰 때는, AI가 멘토이자 실험 파트너가 되어 나의 몰입과 탐험을 도와준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Vibe”, 즉 몰입과 호기심이다. 일이 너무 쉬우면 흥미를 잃고, 너무 어렵다면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탐험할 때는 단계별(iterative)로 도전 과제를 나누고, 적절한 난이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AI가 생성한 결과를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예를 들어, Cursor 같은 도구를 활용해 코드를 실행해보고 에러를 분석하거나, 내가 이해한 방식대로 코드를 수정해 다시 피드백을 주는 과정이 중요하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상호작용 속에서 비로소 진짜 학습이 일어난다.
맺으며
AI 시대의 학습은 ‘무기력하게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도구와 협업하면서 몰입하는 경험이다. 자비스처럼 효율을 높이거나, 간달프처럼 새로운 세계로 이끌려 가며 우리는 더 나은 배움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나의 호기심, 열정, 주도권이 살아 있느냐이다.
변화는 빠르다. 이러한 때에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AI를 두려워하기보다, 내 성장의 증폭기로 삼을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위협이 아닌 기회가 될 것이다. 머리 속으로 되내어 보자. "이거 흥미로운데?"
'Vibe Cod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앱 사용 이력을 정확히 추적하는 법: Android에서 UsageEvents 분석기 만들기 (1) | 2025.06.25 |
---|---|
기술 덕후의 아침 루틴 만들기: Synology, Python, Obsidian 연동기 (3) | 2025.06.18 |
Prompt 하나로 개발이 된다? Vibe Coding 체험기 (7) | 2025.06.11 |
Vibe Coding: LLM을 이용한 개발 (0) | 2025.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