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왜 David Bohm인가?
요즘 나는 바이브 코딩에 푹 빠져 있다. 마치 평생 매달려 있는 컴퓨터를 처음 발견한 어린 시절 같다. 하지만, 사람들과 공동 작업을 하면서, 나 혼자 몰입해서 작업하는 것과는 다른 것을 느끼며 '무언가 더 깊은 것이 필요하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무언가에 대해 실마리를 준 책이 바로 데이비드 봄의 『대화에 관하여(On Dialogue)』였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코드보다 대화", "속도보다 공감", "기능보다 의미"를 고민해야 한다.
이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기술을 넘어 ‘존재’와 ‘의미’를 다뤄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David Bohm은 다시 주목받아야 할 사상가라는 것이다.
David Bohm: 물리학자를 넘어선 사유의 흐름
David Bohm는 세계적인 양자물리학자이지만, 그의 사고는 단지 과학에 머물지 않았다. "대화에 관해서"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는 점점 물질 너머의 의식(Consciousness), 대화(Dialogue), 전체성(Wholeness), 질서(Order)로 사유를 확장해나갔고, 이로 인해 철학자, 심리학자, 심지어 종교가들과도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의 대표작인 _전체와 접힌 질서(Wholeness and the Implicate Order)_와 _대화에 대하여(On Dialogue)_는 과학적 언어로 표현된 존재와 사고, 인간 간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이다.
Bohm의 주요 사상 – 흐름, 의미, 대화
Bohm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사고(thought), 언어(language), 시간(time), 질서(order) 같은 개념이 실은 전체성(wholeness)을 파편화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 사고가 현실을 구성하면서도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않는 자기강화적 시스템이라며, 진정한 변화는 사고의 시스템 자체를 보는 메타 인식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전환을 위해 “대화(Dialogue)”를 제안한다. 그는 대화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서로의 가정을 보류(suspension)하고, 의미의 흐름(field of meaning)을 함께 따라가는 참여형 사고(participatory thought)의 장이라고 설명한다.
“In dialogue, a new kind of mind begins to come into being — based on the development of common meaning.”
(On Dialogue, David Bohm)
소프트웨어 개발과의 관계
흥미로운 점은, Bohm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기록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소프트웨어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들 — 예를 들어 Kent Beck, Ward Cunningham — 의 실천 속에서 Bohm의 사상과 이어진 부분이 있다.
Ward Cunningham은 Wiki를 만든 인물이며, 공동 지식의 장(Field of Shared Knowledge)을 실현하고자 했다. 이는 Bohm이 말한 “field of meaning” 개념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Kent Beck의 테스트 주도 개발(Test-Driven Development)이나 익스트림 프로그래밍(XP) 철학은, 코드 품질 이전에 개발자들 간의 신뢰와 대화의 흐름을 중요시하는 접근이다. 이는 Bohm이 말한 “사고 흐름의 공유”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비록 그들이 Bohm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철학적 기반은 Bohm의 사유 구조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 마치 공명하고 있는 것 같다.
건축가 Christopher Alexander와의 연결: 질서의 펼침
대화에 관하여를 읽으면서,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Christopher Alexander가 사용하는 용어를 많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Alexander는 『The Nature of Order』에서 살아있는 구조(Living Structure), 중심(Center), 생성 순서(Generative Sequence), 구조보존변형(Structure-Preserving Transformations)을 이야기하며, 공간이 단지 물리적 배열이 아니라 전체 속에서 드러나는 질서(odder)의 펼침(unfolding)이라고 주장한다.
Bohm의 Implicate Order(암묵적 질서) → Explicate Order(명시적 질서) 흐름은 Alexander의 전체로부터 드러나는 중심들의 전개 개념과 유사해 보인다. 이 두 사람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 전체는 항상 존재하며, 부분은 그로부터 살아나야 한다.
- 진정한 창조는 전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변화다.
- 디자인은 절차가 아니라 살아있는 흐름이다.
Alexander는 이런 사유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_A Pattern Language_는 소프트웨어 디자인 패턴, 도메인 주도 설계(DDD), 애자일 방법론 등에 깊이 들어가 있으며, 이는 실질적 도구와 이론으로 이어졌다. 반면 Bohm은 Framework나 Tool을 제공하진 않았지만, 그런 흐름의 사유적 바탕을 제공한 존재볼 수 있다.
인공지능시대에서 다시 돌아보는 Bohm
AI가 인간 언어를 모방하고, 의미를 요약하고, 인간의 역할을 대체해 나가려는 지금, 우리는 Bohm이 제공하는 통찰을 다시 살펴 보게 된다.
- 의미(Meaning)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장(field) 속에서 공명하며 살아나는 것이다.
- 사고(Thought)는 자기강화적이며, 의식되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현실을 구성하고 왜곡한다.
- 진정한 대화는 “나는 옳다”의 공간이 아니라, “무엇이 나타나는가”를 함께 듣는 공간이다
- 창조란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전체의 흐름을 따르고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AI를 통한 생산성과 변화도 중요하지만, 협업을 통한 대화, 공감 그리고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화두라고 생각된다.
마무리: 공명의 시대, 다시 Bohm으로 돌아가야 할 때
David Bohm은 직접적으로 코드 한 줄 쓰지 않았고, 툴이나 패턴을 만들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What is the nature of thought itself?”
“How can we participate in the unfolding of meaning?”
“Can we think together, instead of alone?”
지금 우리는 기술로 너무 멀리 왔고, 이제 다시 그 기술을 움직이는 인간의 ‘사고의 흐름’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아닐까? 우리가 진짜 협업과 의미의 시대를 살아가려면, 그가 말한 ‘사고의 장(field of thought)’과 ‘대화의 질서(order of dialogue)’를 다시 열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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